OB 2벌타는 골프 편하게 즐기라는 뜻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규칙이 통하지 않는다. 대신 원래 쳤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OB티’라는 특별히 마련된 장소에서 2벌타를 받고 친다. 거리에 대한 불이익은 없되 타수에서만 불이익을 더한 셈이다.
이른바 ‘한국 룰’이다. 물론 프로 경기와 정식 대회에서는 ‘한국 룰’은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내년부터 OB가 나면 ‘한국 룰’을 따르기로 했다. OB가 나면 원래 쳤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대신 2벌타를 받는다.
프로 대회를 비롯한 ‘엘리트 수준’ 경기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 룰’을 빼닮았다. ‘한국 룰’과 다른 점이 있다면 ‘OB티’를 따로 두지 않는다. 볼이 OB 구역으로 나간 지점 근처에 드롭하고 치면 된다. 병행 해저드에 들어갔을 때 처리 방법과 같다. 다만 해저드는 1벌타라는 점만 다르다.
USGA와 R&A가 이 규칙 개정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 룰이 국제 룰이 됐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졌다.
심지어는 “USGA와 R&A에 접수된 규칙 개정 의견 가운데 40%가 한국에서 왔고 USGA와 R&A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그럴듯한 뉴스까지 나돌았다.
R&A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USGA와 R&A가 규칙 개정을 위해 세계 각국 골퍼를 상대로 의견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접수된 의견 가운데 한국 골퍼가 보낸 것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OB가 났을 때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2벌타를 받고 치는 건 한국 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별도의 ‘OB티’만 없을 뿐 개정하기로 한 규칙과 같은 방식으로 OB를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에는 페어웨이 양쪽을 모조리 ‘해저드’ 지역을 알리는 빨간색 말뚝으로 둘러친 골프장이 더러 있다. 한국의 ‘OB티’ 못지않은 꼼수다.
그렇다면 USGA와 R&A가 이런 파격적인 규칙 개정에 숨은 뜻은 뭘까. 식어가는 골프의 인기를 되살리려는 몸부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골프는 오랫동안 대중적 레저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점차 골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규칙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골프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USGA와 R&A가 추진하는 규칙 개정의 방향은 ‘신속한 경기 진행’과 함께 ‘골프를 쉽게 즐기라’는데 맞춰진 이유다.
사실 OB가 났을 때 쳤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카트를 타지 않고 골프를 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시간 낭비가 엄청나다. 힘도 든다. 규칙대로 하자니 죽을 맛이다.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니 께름칙하다.
이번 규칙 개정은 이런 고민을 덜어준 셈이다. 경기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몸과 마음이 덜 힘들게 됐다. 사실 이번에 OB에 2벌타와 함께 발표한 규칙 개정도 골프를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보면 맞다.
드롭할 때 어깨높이에서 하던 걸 무릎 높이로 바꾼 것이나 이른바 ‘투 터치’를 해도 1타로 간주하기로 한 게 그렇다.
USGA와 R&A는 이에 앞서 깃대를 꽂은 채 퍼팅을 허용하고 그린에서 우연히 볼이 움직여도 벌타를 주지 않기로 규칙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심지어 타수 상한제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이른바 ‘양파 이상은 적지 않기’다.
이런 움직임은 더는 ‘골치 아픈 골프 규칙’으로 골퍼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골프에 스며있던 ‘엄숙주의’를 탈피하겠다는 신호로도 보인다.
다만 이번에 개정되는 골프 규칙이 상당수가 ‘한국 룰’이라는 딱지가 붙을 만큼 한국 골프장에서는 일상이었지만 과연 골퍼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냐를 생각하면 입맛이 좀 쓰다.
골프장 수익을 올리려고 그동안 골프 규칙에도 없는 ‘OB=2벌타’를 강요한 골프장 경영 주체들은 규정에도 없는 갖가지 내부 규정으로 골퍼의 편의를 외면하곤 한다. 전동 카트를 반드시 타도록 해서 걸어서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프장이 거의 없고, 반드시 캐디를 동반해야 한다.
아직도 대다수 국내 골프장은 무더운 여름에 반바지 착용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골프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수백 년 전통까지 버리는 USGA와 R&A의 안간힘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러다가 USGA와 R&A가 골프 규칙에 ‘반드시 긴 바지를 입지 않아도 된다’거나 ‘전동 카트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만들까 걱정된다면 지나친 우려일까.
연합뉴스=권훈 기자
OB 2벌타는 골프 편하게 즐기라는 뜻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규칙이 통하지 않는다. 대신 원래 쳤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OB티’라는 특별히 마련된 장소에서 2벌타를 받고 친다. 거리에 대한 불이익은 없되 타수에서만 불이익을 더한 셈이다.
이른바 ‘한국 룰’이다. 물론 프로 경기와 정식 대회에서는 ‘한국 룰’은 적용하지 않는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R&A가 내년부터 OB가 나면 ‘한국 룰’을 따르기로 했다. OB가 나면 원래 쳤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대신 2벌타를 받는다.
프로 대회를 비롯한 ‘엘리트 수준’ 경기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한국 룰’을 빼닮았다. ‘한국 룰’과 다른 점이 있다면 ‘OB티’를 따로 두지 않는다. 볼이 OB 구역으로 나간 지점 근처에 드롭하고 치면 된다. 병행 해저드에 들어갔을 때 처리 방법과 같다. 다만 해저드는 1벌타라는 점만 다르다.
USGA와 R&A가 이 규칙 개정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 룰이 국제 룰이 됐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졌다.
심지어는 “USGA와 R&A에 접수된 규칙 개정 의견 가운데 40%가 한국에서 왔고 USGA와 R&A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라는 그럴듯한 뉴스까지 나돌았다.
R&A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는 헛소문으로 밝혀졌다. USGA와 R&A가 규칙 개정을 위해 세계 각국 골퍼를 상대로 의견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접수된 의견 가운데 한국 골퍼가 보낸 것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OB가 났을 때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2벌타를 받고 치는 건 한국 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별도의 ‘OB티’만 없을 뿐 개정하기로 한 규칙과 같은 방식으로 OB를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에는 페어웨이 양쪽을 모조리 ‘해저드’ 지역을 알리는 빨간색 말뚝으로 둘러친 골프장이 더러 있다. 한국의 ‘OB티’ 못지않은 꼼수다.
그렇다면 USGA와 R&A가 이런 파격적인 규칙 개정에 숨은 뜻은 뭘까. 식어가는 골프의 인기를 되살리려는 몸부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골프는 오랫동안 대중적 레저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점차 골프 인구는 계속 줄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규칙이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골프를 꺼리는 사람이 많다.
USGA와 R&A가 추진하는 규칙 개정의 방향은 ‘신속한 경기 진행’과 함께 ‘골프를 쉽게 즐기라’는데 맞춰진 이유다.
사실 OB가 났을 때 쳤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카트를 타지 않고 골프를 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시간 낭비가 엄청나다. 힘도 든다. 규칙대로 하자니 죽을 맛이다.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니 께름칙하다.
이번 규칙 개정은 이런 고민을 덜어준 셈이다. 경기도 신속하게 진행하고, 몸과 마음이 덜 힘들게 됐다. 사실 이번에 OB에 2벌타와 함께 발표한 규칙 개정도 골프를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보면 맞다.
드롭할 때 어깨높이에서 하던 걸 무릎 높이로 바꾼 것이나 이른바 ‘투 터치’를 해도 1타로 간주하기로 한 게 그렇다.
USGA와 R&A는 이에 앞서 깃대를 꽂은 채 퍼팅을 허용하고 그린에서 우연히 볼이 움직여도 벌타를 주지 않기로 규칙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심지어 타수 상한제까지 허용할 예정이다. 이른바 ‘양파 이상은 적지 않기’다.
이런 움직임은 더는 ‘골치 아픈 골프 규칙’으로 골퍼들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골프에 스며있던 ‘엄숙주의’를 탈피하겠다는 신호로도 보인다.
다만 이번에 개정되는 골프 규칙이 상당수가 ‘한국 룰’이라는 딱지가 붙을 만큼 한국 골프장에서는 일상이었지만 과연 골퍼의 편의를 위한 것이었냐를 생각하면 입맛이 좀 쓰다.
골프장 수익을 올리려고 그동안 골프 규칙에도 없는 ‘OB=2벌타’를 강요한 골프장 경영 주체들은 규정에도 없는 갖가지 내부 규정으로 골퍼의 편의를 외면하곤 한다. 전동 카트를 반드시 타도록 해서 걸어서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프장이 거의 없고, 반드시 캐디를 동반해야 한다.
아직도 대다수 국내 골프장은 무더운 여름에 반바지 착용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골프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수백 년 전통까지 버리는 USGA와 R&A의 안간힘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러다가 USGA와 R&A가 골프 규칙에 ‘반드시 긴 바지를 입지 않아도 된다’거나 ‘전동 카트를 타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만들까 걱정된다면 지나친 우려일까.
연합뉴스=권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