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조별리그의 ‘아름다운 패자’들

2주간 진행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나라들이 있다.

FIFA 랭킹 57위 한국은 27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F조 3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1위)을 2-0으로 꺾는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을 일으켰다.

한국의 FIFA 랭킹은 이번 대회 출전한 32개국 가운데 일본(61위), 사우디아라비아(67위), 러시아(70위) 다음인 29번째에 해당하는 낮은 순위였다.

선수단 전체 몸값이 독일이 한국의 10배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독일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됐지만 한국이 2-0으로 이겼다.

이 결과로 독일은 1938년 이후 80년 만에 월드컵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또 2014년 월드컵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노린 독일은 월드컵에서 아시아 팀을 상대로 첫 패배를 당했다.

이전까지 독일은 아시아 팀과 월드컵 본선에서 6번 만나 6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전 세계는 최강 독일의 탈락에 놀랐고,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준 투혼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특히 한국이 독일을 꺾은 덕에 16강 진출의 행운을 잡은 멕시코 국민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에 몰려들어 감사의 뜻을 표할 정도로 기뻐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말고도 ‘장렬한 탈락’을 당한 팀들이 더 있다.

B조의 이란과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한 조로 묶여 일찌감치 탈락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매 경기 투혼을 불사르며 유럽의 두 강호를 괴롭혔다.

모로코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경기에서 모두 페널티킥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비디오판독(VAR)이 이뤄지지 않는 바람에 판정에 손해를 봤다는 평을 들었다.

이란은 특유의 끈질긴 팀 컬러를 앞세워 1승 1무 1패로 분전했다. 특히 0-1로 패한 스페인과 경기에서는 동점 골까지 넣었으나 VAR 끝에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나왔다.

D조의 아이슬란드는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부터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팀이다.

2016년 유럽선수권대회 16강에서 잉글랜드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는 인구 34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이번 대회 1차전에서도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기는 등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1무 2패로 탈락했지만 3승으로 조 1위에 오른 크로아티아와도 경기 종료 직전까지 1-1로 팽팽히 맞섰다.

G조에서 2패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된 파나마는 월드컵 본선에 처음 진출해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첫 골의 감격을 누렸다.

32개국 가운데 최약체라는 평가 속에서도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에 기뻐하는 파나마 선수들의 모습은 스포츠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조별리그 최종전 호주와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40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따낸 페루와 비기기만 했어도 16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서 후반 41분 아르헨티나에 역전 골을 내주고 탈락한 나이지리아도 이번 대회‘최선을 다한 패자’로 기록될 만했다.

[연합뉴스=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