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 국력을 좌우하는 제조업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이스라엘, 인도,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들 나라의 공통점은 ‘제조업 강국’이라는 것이다. 컴퓨터, 인터넷, 자동차, 우주항공, 군수무기 등 세상에 거의 첫 선을 보인 것들은 대부분 미국이 만들었으며, 유일무이한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에 올랐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취임 일성으로 백악관에 들어선 D.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련의 무역전쟁 핵심 목적도 다름아닌 미국 제조업의 부흥이다. 영국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일으켰으며, 직조기계, 증기기관, 조선해양 등 제조업을 바탕으로 100년 이상 ‘팍스 브리태니카’를 구가했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쓰는 물건의 1/4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1900년대 초부터 각종 무기, 철도, 항공, 조선, 전자산업에 공을 들이면서 우, 주 전자, 기계, 화학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인더스트리 4.0’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는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최적화를 찾아내는 ‘디지털 트윈’이란 개념을 도입하고 패션, 항공, 고속철도, 군수산업, 핵에너지, 로봇 등 제조 분야의 절대강자로 남아있다. 스위스는 알프스 자락의 조그만 관광국가가 아닌 아인슈타인을 배출한 취리히연방공대(ETH)와 특허청 특허 강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 9만 달러의 세계 최고 부자 나라이자 정밀기계, 화학 등 제조업이 강한 나라다. 스웨덴은 트럭, 자동차, 기계, 화학, 발전, 철강 등 북유럽 최대의 제조강국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유대인들의 뛰어난 두뇌와 중동지역 이슬람 한가운데서 생존의 절박함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나라다. IT산업과 군수산업을 기반으로 전자, 화학, 생물, 의료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인도는 2020년 중국을 넘어설 인구대국으로 세계 최고의 IT 기술, 글로벌기업 CEO 최대 배출국이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지다. 그리고 모디 총리는 ‘Make in India’란 한 마디로
인도를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대만은 대내외 직접투자와 탄탄한 중소 제조업을 바탕으로 국가의 부를 일궈가고 있다. 중국의 갖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철강, 기계, 기구, 섬유, 화학, IT, 반도체 등 전방위 산업을 발전시켜가면서 독립국가의 면모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의 전형으로 컨벤션 관광산업이 주라 생각하겠지만 전기, 전자, 조선, 석유화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나라 중의 하나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인구 265백만 명으로 아세안 최대의 영토와 자원 그리고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으며 군용 항공기부터 가구, 의류, 신발까지 제조업이 활발한 나라다. 베트남은 전 세계 해외투자자금의 1/5을 빨아들이며 제조업을 나라 발전의 근간으로 삼고 있으며, 원자재 조달, 생산, 물류, 소비, 수출면에서 전방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미-중간 무역전쟁이 장기화되고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가장 수혜 받을 나라로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미국과 우호적인 베트남이 손꼽힌다. 중국에 투자한 외국투자법인들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의식한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에 투자한 대만, 홍콩, 마카오 투자법인들도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으로의 이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제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에 캐나다, 브라질, 러시아, 남부유럽, 호주, 일부 중동국가들은 풍부한 자연자원을 보유하고도 나라의 발전 정도나 국민들의 편의성 등은 좀 뒤쳐진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앞으로도 제조업이 성한 나라는 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도태되게 될 것이다.

◎ 기로엔 선 대한민국 제조업
대한민국도 한 때는 전자 조선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기계 플랜트 원자력 등 세계적인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국력이 쇠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우리나라에서의 사업기회와 성장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기회만 되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지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수 많은 제조업체들이 해외투자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18년 상반기에만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는 227억달러, 외국기업들의 국내투자는 102억 달러로 투자 유출이 두 배가 넘는다. 2017년 상반기도 237억 달러 對 50억 달러였다. 그 동안 우리나라 제조업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Enterpreneurship)과 근로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 그리고 정치 지도자들의 확고한 비전 제시 등이 그 바탕이었다. 근본적으로 기술력이나 시스템보다 사람(人才)이 그 중심에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현재 우리나라 제조업의 어려운 현실이 기업가 정신 실종, 근로자들의 근로의욕 저하, 그리고 정부 리더십 부재 등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문제라면 논리적인 비약일까?

◎ 제조업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
세상은 시시각각 변한다.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인간의 의지에 따라서 잘 살고(행복) 못 살(불행) 수도,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서 부강한 나라가 될 수도 빈곤한 국가도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죽고 사는 생존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사람이나 나라나 건강(부강)하지 않으면, 또한 살아남지 못하면 무의미하다. 제조업은 농업이나 서비스업과 달리 한번 고꾸라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농업이나 서비스업은 경기에 따라서 부침이 나타날 수도 있으나, 제조업은 의지가 한번 꺾이면 회복 불능이다. 제조업의 경우 끊임없는 설비투자와 기술개발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력을 가진 사람이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에서 3년여 근무하고 한인상공인연합회(KOCHAM) 간부로 지내면서 600여 기업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현지 진출한 기업들의 패턴을 분석해 봤다.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母기업의 해외법인, 온전한 현지 창업회사, 그리고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다. 해외진출 이유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생산 확대, 국내에서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생존 차원의 해외이전,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서의 도전 등이다. 이런 절박한 이유로 해외에서의 사업이 국내에서보다 더 경쟁력 있고, 의미가 있으며, 비즈니스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더 클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제조업도 접근방법에 따라서는 아직 늦지 않았다.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고, 근로자들의 근로의욕과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 그리고 우수한 두뇌와 기술력 등 정부와 정치권 리더십 빼고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설비투자 확대 – 기술획득 – 제조업 발전 – 생산증대 – 고용증가 – 소득증가 – 국부증대 – R&D투자 확대 등 선순환 경제사이클로 지금 정부가 극구 내세우는 순서가 뒤바뀌긴 하였지만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을 담당할 수도 있겠다.

◎ 국가 존망을 가를 제조업의 미래
제조업의 미래 관련 키워드는 딱 두 가지,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 로봇공학 나노기술 3D프린팅 스마트카 생명공학(BIO)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산업혁명’과 ‘무역전쟁’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먼저, 美-中 간의 무역전쟁은 전장이 전 세계로 확산 조짐이며, 단기간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요점은, 자국에서 팔 물건은 자국에서 생산하라는 것으로, ‘소비시장이 작고, 기술력이 떨어지면서, 생산코스트가 비싸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어서 더더욱 무섭다. 제4차산업혁명(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의 저서),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주제가 바로 미래직업, 교육과 함께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1775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1879년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전기가 들어오면서 야간에도 공장이 돌아가고 대량생산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이는 ‘2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1969년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 개발로 시작된 인터넷 기반 ‘3차 산업혁명’을 거친 인류가, 이제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사물들이 서로 소통하며 자동적이고 지능적으로 제어되는 융복합 시스템으로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