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외 악재 밀려온다…한국경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한국경제에 대외 악재가 들이닥치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으로 유럽 주식시장들이 일제히 급락하고 있으며 채권가격도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탈리아발 위기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유럽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 이어 유럽이 크게 흔들리자 아시아 금융시장도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오늘 중국과 일본 증시가 급락했고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2% 가까이 떨어진 상태로 마감했다. 10년 전에 전 세계를 휩쓸었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 경고는 이미 적지 않게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대외 무역장벽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열흘 만에 재발한 것이 걱정된다. 미국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첨단 기술제품들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당초 결정을 계획대로 실행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조치를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이 나라 상무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얼마 전 양측이 이룬 합의를 미국이 위배했다”면서 “미국이 어떤 조치를 하든 중국은 인민의 이익과 국가 핵심 이익을 지킬 자신감과 능력,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강경 반응이다.

소규모 개방형인 한국 경제로서는 이런 대외불안이 상당히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국의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이 타격을 받게 되고, 글로벌 보호무역이 거세지면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수출은 경제성장 기여율이 50%나 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대외경제 외에 한국경제 자체만으로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한국 수치는 9개월 연속 떨어져 경기하강 신호를 보내고 있다. 4월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2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쳐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통계청 조사결과, 소득분배는 나아지기는커녕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내부에서는 지혜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강도 높은 대외투쟁을 선언했다. 국회는 서로 싸우느라 제 기능을 못 한 지 오래됐다. 4조 원 가까이 되는 추경예산안을 사흘 만에 졸속으로 심의했고, 이미 끝냈어야 할 후반기 국회 의장단 구성도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대체로 한 국가의 위기는 대외 악재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외부 불안이 국내 취약점과 결합하면서 터져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철저히 대비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예상을 뛰어넘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북핵 문제로 인해 국내의 다른 이슈들은 관심을 못 받고, 제대로 논의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국내 경제를 비롯한 다른 문제들도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