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경제를 주목하라

흔히 ‘유럽’ 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서유럽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남유럽, 그리고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북유럽을 떠올린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등의 동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서유럽에 가려져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지만 오랜 역사와 다채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조용한 가운데 힘을 키워 나가고 있다.
체코(Czech)는 프라하(Prague)가 수도로, 인구 1천 1백만 명, 국토면적 78,867km2, GDP 2,515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GNI) 25,000달러, 수출 1,700억 달러 및 수입 1,500억 달러 교역액 4,200억 달러의 강소국이다. 통화는 체코 코루나(CZK)로 1유로 당 30코루나 상당이다. 소비세는 15%(주류는 21%)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인접국 독일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30%를 넘는다. 1990년 IMF(국제통화기금)와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1993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199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004년 EU에 가입한 유럽연합 국가 중 하나다.
국민의 60%가 가톨릭 신자인 나라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그리고 체코령 실레시아 지방으로 나뉘며, 수도인 프라하는 동경 140°북위 50°에 위치하고 있다. 체코의 젖줄 블타바(Vltava) 강이 남북으로 길다랗게 흐른다. 영토는 수데티, 에르츠, 보헤미아, 베스키트 산맥에 걸쳐있다. 프라하는 중세시대 최대 도시로 인구 130만 명, 블타바 강이 남북을 가로지르며, 특히 프라하성과 카를교는 유럽 건축물 중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중세 보헤미안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인구 2만여 명의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그 중 플젠 로케트성, 올로모우츠 브르노 레드니체성, 발티체성이 유명하다. 체코는 서유럽에 가장 근접한 국가로 주요산업은 관광 중심의 서비스업이 55%, 제조업이 40%, 밀, 옥수수, 감자 등 농업이 5%를 차지한다. 체코국립대학교는 1348년 설립된 중부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정평이 나 있다. 음악가인 드보르작, 스메타나, 야나체크, 문학가인 프란츠 카프카, 보후밀 흐라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저자 밀란 쿤데라, 극작가이면서 대통령을 지낸 바츨라프 하벨이 체코 출신이다. 음악과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이 발달한 문화대국이다. 로봇(Robot)이라는 단어가 체코에서 나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기원후 5세기경 슬라브족들이 정착하고, 10세기 헝가리 마자르족들의 침략으로 보헤미안 왕국이 들어섰다. 14세기경 신성로마제국 때 가장 번성했으며 15세기 오스만 제국 침략과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통치와 속령을 받았다. 1915년 마사리크의 독립운동,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독립을 선포하고 공화국이 되었으며, 1938년 뮌헨 협정으로 독일, 폴란드, 헝가리에 영토 1/3을 할양했다. 1939년 나치스 독일의 통치를 거쳐 1943년 베네시 대통령이 런던으로 망명하여 정부를 수립하고 소련과 동맹을 체결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해방이 되었으며, 1946년 공산당 연립내각이 들어섰고 1968년 두브체크의 ‘프라하의 봄’을 거쳐 1969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국가가 성립되었다. 1977년 하벨을 중심으로 공산당 탄압에 대한 ‘7.7선언’이 이어졌으며 1988년 소련의 붕괴 조짐에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에 취임하게 되었다. 1990년 체코슬로바키아 연방공화국을 수립하고 1992년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바뀌면서 자유 총선거를 실시하여 신헌법 채택하고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온갖 시련 속에 우리나라와 참으로 많이 닮아 있는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우리나라와는 1990년 수교한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다. 한국은 체코에 수출 25억 달러, 수입 10억 달러 상당을 교역 중이다.
세계인들의 서유럽 중심에서 이제는 동유럽 특히 체코로 여행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한 TV 프로그램 여파로 가장 많이 찾는 유럽 관광지 중의 하나가 체코 여행이다. 저렴한 물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고,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안전하고 개방적인 편이다. 또한 언어장벽이 크게 없고 한여름에도 20~30°의 기온을 유지하지만 습하지 않으며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낮이 이어지는 등 여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간 1인당 맥주 소비량 150ℓ로 세계 1위답게 맥주 맛이 일품인 나라이기도 하다.
우리도 시선을 서유럽 중심에서 이젠 동유럽으로 돌려보자. 세계인들의 눈은 이미 미국과 서유럽 중심 세계에서 동유럽을 거쳐, 러시아와 인근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등 동쪽으로 향하고 있다. 2,200여 년 전 중국 漢무제 때 長安[西安]을 기점으로 톈산산맥-타클라마칸사막-파미르고원을 지나 중앙아시아를 관통 이스탄불을 거쳐 로마까지 6,400Km 실크로드에 이은, 新 실크로드라 할 수 있는 10,000Km가 넘는 일대일로(一帶 一路)가 대세로 다가오고 있다. 비단길은 중국이 열었지만 신 실크로드의 출발점이 우리의 능력과 역할에 따라서는 한반도가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도 생겨나게 한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만드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