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 김과장의 미주알 고주알 (3화)

네가 내 바이어가 될 상(相)이냐

“캄보디아 사람들도 관상을 보나요?”
캄보디아로 출장 온 기업 대표님과 여러 바이어를 만나러 다니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말문이 턱 막혔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잠깐 뜸을 들이다 답했다.

“이론화된 관상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관상에 대한 인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관상이라기보다는 좋은 인상에 대한 비슷한 공감대라고 할까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남자는 피부가 하얗고 굵은 선의 얼굴에 살집이 좀 있고 키가 클수록 호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때 마침 생각나는 게 있어 그분께 예전 겪은 경험 하나를 말해 주었다.

“한국의 무역업체 대표 이 아무개라는 분이 지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키는 크지 않은 중간 키였지만, 위에 말씀드린 인상과 비슷했습니다. 캄보디아 바이어들이 가격에 민감해 중간에 마진을 챙기는 무역업체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이분만큼은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바이어들이 호의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잘 생겼다고 하기도 힘들고, 멋진 정장 차림도 아닌 늘 캐주얼 차림이었고 영어가 그다지 유창하지도 않았습니다. 첫 미팅은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 사양 정도만 확인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제품 가격이나 거래 조건에 대한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었는데, 바이어들이 먼저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거나 술을 사곤 했습니다. 마치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 전에 바이어들과 많은 제조업체를 소개하면서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정도로 호의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이 업체는 현지 바이어 한 곳과 거래가 성사되었는데, 이후 거래하지 않는 바이어들조차도 이분을 만날 때는 여전히 호의적이었고, 가격 문제로 기존의 바이어와 거래가 끊겼을 때 바이어들은 오히려 이 대표님이 캄보디아에 올 때마다 일부러 만나 새로운 제품 소개나 각종 사업을 논의할 정도였습니다”

캄보디아 일간지를 읽다보면, 운세나 풍수 등에 대한 광고를 흔히 볼 수가 있다. 12간지에 따른 운세는 신문과 잡지의 인기 코너다. 결혼이나 약혼식은 미리 받아둔 길일(吉日)에 한다.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판도 같은 숫자로 통일하거나 8이나 9 혹은 7 등 특정 숫자가 많은 것이 아주 비싸게 팔리고 있다. 모든 영업장이나 집의 입구나 중심부에는 신을 모시는 조그마한 사당을 두고 매일 같이 과일, 커피, 차 등 조그마한 음식을 올리고 특별한 날에는 향을 피운다. 가끔 얼굴에 있는 점 위에 털을 길게 길러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행운의 털’로 여겨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계도 아닌데, 빨간색으로 복(福)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문에 붙여놓았기에 저 글자가 무슨 뜻이냐고 아냐고 물어보니 뜻은 모르는데 붙이면 운이 좋아진다고 해서 붙여 놓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미신을 믿는다고 100%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있다.

내 얼굴을 캄보디아 바이어들이 좋아할 만한 인상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하기에 나는 바이어에게 너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거리를 많이 찾게 된다.

예전에 만난 한 바이어는 점이 부처님처럼 미간 사이 이마에 있기에 너는 부처님과 똑같은 위치에 점이 있구나 한 적도 있고 다른 바이어의 눈썹에 특정한 털이 길게 나 있기에 그 털은 귀인이 너를 도와준다는 뜻이라고 한 적도 있다. 손금을 봐주면서 너는 운이 좋을 거라고 하는 건 당연하고 바이어의 집이나 영업장 근처에 개울이나 언덕이 있으면 풍수에 풍자도 모르면서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하며 최고의 입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캄보디아인들이 미신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이던 관상이든 운세든 칭찬할 거리가 있는 건 당연하기에 바이어들과의 어색한 상황에선 이런 미신을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려 부드럽게 만드는 일)으로 활용하면 좋다.

물론, 이런 가벼운 칭찬이나 대화가 수출영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결국에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가격, 품질, 브랜드, 결제 조건 등 영업하는 내용이 터무니 없는데 상대방이 인상 좋고, 호감가고, 화술이 뛰어나고 칭찬을 잘한다고 해서 거래해줄 바이어가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이런 내용들이 비슷하거나 대등한데 선택할 수 있는 기업들이 여럿이라면 기분 좋고 편하게 미팅하고 호감이 가는 상대를 사업 파트너로 선택할 것이다. 설령 조건이 맞지 않아 당장은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해도, 나중에 시장 상황이 바뀌면 여러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기억이 나지 않을까 싶다. 거래와 상관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다른 바이어를 소개 받거나 혹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사람의 인연이란 한치 앞도 알기 힘든 법이니 말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요즘 해외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간에도 수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한 발짝이 아니라 단 1mm라도 경쟁자들보다 앞서가는 게 중요한 이때, 처음 만나는 바이어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관상, 풍수, 운세 등 가벼운 대화 주제를 적극 활용해보자. 이것도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작은 노하우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