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인수한 그랩, 과연 훨훨 날까?

우버 인수한 그랩, 과연 훨훨 날까?

한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그랩(Grab)의 우버(Uber) 인수가 결국 마무리됐다. 지난 3월 26일(월) 그랩측은 우버의 동남아영업권을 인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댓가로 우버는 그랩의 지분 27.5%를 받기로 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랩은 싱가폴에 기반을 둔 택시호출서비스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동남아 8개국에서 성업 중이다.
반면 미국에 기반을 둔 우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택시공유서비스회사다. 다만, 유독 동남아지역에서만큼은 그랩에 밀려 맥을 추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랩의 동남아시장 점유율은 우버의 3배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동남아 승차공유 시장이 2021년이면 279억 달러(약 3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우버는 그랩보다 3개월여 앞선 지난해 9월 프놈펜에 진출했지만, 동남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그랩의 파상 공세에 밀리고 주저앉고 말았다.
우버와 그랩 모두에 투자한 소프트뱅크도 우버가 아시아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멈추고 미국, 유럽, 중남미, 호주 시장에 집중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랩이 동남아시장에서 우버를 앞선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랩이 동남아에 근거를 둔 회사인 만큼 우버보다 동남아시장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의사결정도 신속해 시장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우버는 미국기업답게 그동안 다른 나라 진출 때와 마찬가지로 캄보디아에 진출해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해왔다. 심지어 지역 책임자도 두지 않은 채 영업을 시작했다. 반면, 그랩은 현지실정에 맞는 영업 전략을 짰으며, 현지 정부와의 스킨십에도 공을 들이는 행보를 보여 왔다.
지난 1월 반부패방지위원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지난 3월에는 유엔 개발프로그램과 협약을 맺는 등 정부기관 단체들과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데도 주력했다. 승객이 탈 때마다 1달러씩 칸타보파 어린이병원에 기부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도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또한, 이 회사는 동종업계 회사들이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서비스를 시도 중이다. 바로 오토바이택시서비스다. 이미 동남아 다른 나라에선 보편화된 서비스이지만, 캄보디아 내 오토바이 택시 서비스 도입을 추진한 건 그랩이 처음이다. 어쩌면 우버가 그랩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다만, 우버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없어진 것이 결코 서비스나 가격경쟁에서 좋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점을 하게 된 만큼 요금이 올라가고 서비스도 정체될 것이란 지적도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랩 측의 생각은 다르다. 가장 큰 경쟁자인 우버가 사라졌지만, 또 다른 경쟁자들이 여전히 건재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랩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문을 연 패스앱(PassApp)와 이츠모(iTsumo), 엑스넷(EXNET) 등 릭샤 택시 서비스 업체들을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로 주목하고 있다.
우버를 인수한 그랩 측은 기존 우버 플랫폼과 연동 통합작업을 시작했다. 우버 기사들을 영입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랩은 현지 택시 서비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금년중 음식배달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랩은 이미 다른 동남아국가에서 음식배달 서비스를 시작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랩이 음식배달서비스가 시작하게 되면, 이 나라 유통 및 운송시장에도 일대 파란이 일어날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다. 그랩측은 파이페이와 비슷한 모바일 결제 앱인 ‘그랩페이’를 최근 출시했다. 앞으론 현금이나 카드뿐만 아니라 가상지갑을 통해서도 결제가 가능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는 소프트뱅크, 디디추싱, 현대자동차, 도요타자동차 등으로부터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최근 그랩의 질주가 무섭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