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농산업협회 주관 제7회 농산업시찰행사

캄보디아농산업협회(회장 김정인, 이하 캄농회) 농산업시찰단이 최근 캄보디아 동북부 지역을 다녀왔다. 이번이 벌써 7회째다. 지난 12일~15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 본 행사는 역대 가장 많은 49명이 참가했다.

김정인 캄농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황금연휴기간이라, 참석인원이 적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전하며, 본 행사일정을 위해 도움을 준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코트라를 비롯한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전했다.

이날, 28인승 우등버스와 승합버스 두 대로 나눠, 아침 일찍 프놈펜을 출발한 버스는 밤새 내린 비가 그친 덕분에 모처럼 화창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도로 위를 시원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차안에선 <사진으로 보는 캄보디아 여행지 30선>의 저자이기도 한 k2 여행사 김우택 사장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 뜨봉 크몸을 지나 끄라체, 라타나끼리, 몬둘끼리, 메못, 다시 프놈펜으로 돌아오는 3박 4일 긴 일정 동안 농업분야뿐만 아니라 이 나라 역사와 문화에 걸쳐,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해준 덕분에 장시간 이동에 따른 피로와 지루함을 덜어 낼 수 있었다.

□ 캄보디아 동북부를 가다

이번에 방문한 동북부 라타나끼리주와 몬돌끼리주는 해발고도가 비교적 높고 선선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두 지역 모두 인구는 적지만, 고무, 커피, 버섯, 아보카도, 카사바, 후추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에 매우 유리한 기후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고무와 후추는 이 지역의 대표 수출농산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양 도로변으로 후추농장과 고무농장들이 차창 밖으로 끊임없이 펼쳐져 일대 장관을 이뤘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근래 들어 고무농장과 후추농장 둘 다 예전만 못하다는 소식이다. 갈수록 생산가공기술능력이 떨어지는데다, 독자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해외 판로를 찾지 못해서다. 전문가들은 생산량의 거의 대부분이 이웃나라인 베트남에 헐값이 팔리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지리인증을 받은 캄폿산 유기농 후추만큼은 건재하다.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증받아 주로 유럽 등지로 거의 전량 수출되는 상황이다. 블랙후추는 1킬로그램당 수출가격이 15불, 레드후추는 23불, 화이트 후추는 28불에 팔린다. 이에 반해, 일반 후추는 킬로그램당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3불미만의 낮은 가격에 베트남에 생후추 상태로 팔려나간다고 농업전문가들은 귀띔해주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근래 들어, 캄보디아정부가 자국 후추산업의 육성발전을 위해 후추생산농가들로 하여금, 직접 해외수출 판로를 개척하도록 권장하고,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체 가공 시스템 구축할 것을 유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정책이란 것이 미봉책 수준이라, 실효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수준이다.

□ 김정인 회장, “우리도 이제 돈 좀 벌어봅시다”

캄보디아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5.3%를 차지하며, 전국민중 절반 가까운 48.7%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농업분야는 이웃나라에 비해서도 낙후됐다. 품질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낙후된 도로나 항만시설, 유통 등 열악한 인프라 탓도 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은 안정적인 판로를 찾지 못한 현실이다. 우리 농기업들 입장에서도 이 문제는 큰 숙제다. 지난해 8월 15일 캄농회 창립기념식에서 김정인 회장은 “회원사간 정보교류와 친목수준을 넘어서 이제 우리도 돈 좀 벌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 적이 있다. 어쩌면, 캄보디아에서 진출한 우리 농기업들이 걷어 들인 저조한 성적표에 대한 스스로의 질타였을지도 모른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도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나라 농업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이번 방문을 통해 눈으로도 직접 한인 농기업인들이 열심히 땀 흘리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이 나라 농산업의 밝은 미래와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 정글 오지에서 캄보디아 농업의 중심지로 떠 오른 라타나끼리와 몬둘끼리

그런 믿음과 희망을 재차 확신하게 해준 곳은 몬둘끼리의 작은 시골 커피농장이었다. 35헥타 규모 버섯, 커피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허병국 대표는 이 지역을 가리켜 ‘캄보디아의 알프스’라며 웃었다. 해발 700~1050 고지에 연평균 21도 시원한 기후와 순박한 주민들 등등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허 대표의 농장에선 원두커피 품종으로 인기높은 아라비카 커피 뿐만 아니라, 표고버섯 등 버섯류도 키우는 등 다양한 작품을 재배하고 있었다. 허 대표는 식품의 안정성에도 관심이 많았다. 늘 가족이 먹을 먹거리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생산을 위해 처음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작물에 인체에 해로운 농약이나 불순물을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중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현지에서 구한 약재나 자연 축출물을 이용해 충이나 균을 퇴치하는 방법도 강구중이라고 설명했다. 허 대표에 따르면, 작년 커피 생산량은 생두 1.2톤이며, 올해는 약 3톤 가량의 커피 수확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버섯은 월 주문에 따라 40kg에서 120kg 가능하고, 올해 접종목이 생산되는 내년 5월부터 200kg 가량 생산 될 예정이다. 허 대표는 향후 오메가3 의 보고로 알려진 사차인치도 취급할 예정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그의 표정에서 미래의 희망을 봤다.

□ 세계 최대 규모 후추 농장, 웰트바이오

이어 버스가 찾아 간 곳은 같은 몬둘끼리주에 위치한 웰트 바이오 후추농장이었다. 이곳은 ‘삼광기업’이란 한국 모기업이 4천만달러를 투자해 만든 대규모 후추 농장이다. 몬둘끼리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76번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넓은 후추 농장, 웰트바이오 World’s Largest Pepper Farm>라는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총 1000헥타르 땅중 200헥타르 경작지에 후추를 심었고, 금년 하반기 또는 내년초부터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산 후추를 생산하고 있으며, 곧 전 세계로 수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험가동에 들어간 대형 건조시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시찰단 일부 회원들은 이동시간을 쪼개 캄농회 총무국장을 맡고 있는 임정우 대표가 운영하는 PEKOR Blackpepper 후추농장을 방문했다. 이 농장은 기존 깜퐁참주와 뜨봉크몸 주 메못에 위치해 있다. 이 농장은 2014년 시범농장 개발 이후 총 43.8ha 규모의 후추농장 조성을 완료하였으며, 2020년경 150톤 정도 생산할 전망이라고 한다. 임정우 PEKOR 후추농장 대표는 “후추는 지주목 등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수확에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작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일정에는 없었지만, 이 나라 농업의 미래로 손꼽히는 곳이 있다. 바로 현대코퍼레이션 캄보디아 법인(법인장 이창훈)이다. 캄보디아의 우수한 농산물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 기업은 감히, 이 나라 농업미래 희망이라 말할 수 있다. 마침 이창훈 법인장이 이번 시찰단행사에 참가한 덕분에, 그로부터 현재 진행중인 다양한 농업관련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회사는 2015년 프놈펜 인근에 262헥타르(약 80만평)규모의 망고농장을 인수해 운영해 왔다. 현지 농산품의 상품화 과정을 통해 최근 홍콩에 시범적으로 초도물량 1톤을 수출 성과를 거둔 후 지난 17일 홍콩 시장에서 현지 테스트 과정을 마치고 하반기부터 대규모 물량 공급에 최종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한국 시장 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켓이 주 타켓이며 망고를 시작으로 두리안, 파파야, 망고스틴, 라임 등 캄보디아의 우수한 농산물을 개발, 상품화시켜 전세계로 수출할 예정이다.

한편, 시찰단에 참가한 권경무 코트라 관장은 앞으로의 캄보디아의 농업발전 방향에 “이제는 단순하게 생산하는 것 뿐 만 아니라 어떻게 가공하고, 브랜드화를 해서 판매로 이끄느냐가 핵심이다. 앞으로는 캄보디아농산업협회가 한국농진청, 농어촌 공사 같은 유관기관을 적극 활용해, 많은 기업과의 유대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치 체인(Value Chain) 구축이 시급함을 여러 번에 걸쳐, 강조했다.

이번 캄농회 산업시찰에 참가한 한-메콩 산림협력센터 김근효 인턴 역시도 “임학과 전공 학생으로서, 캄보디아의 해외임업과 농업을 직접 경험하게 되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행취재에 나선 기자 역시 이번 농산업시찰을 통해 여러모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농기업의 선진화된 기술력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캄보디아의 천연자원이 결합한다면, 글로벌시장에서 결코 뒤지지 않은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상품을 재탄생할 날이 머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캄농회 산업시찰 동행은 점차 변화하는 캄보디아 농업의 미래는 물론이고, 향후 성장산업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성경 구절 처럼 “시작은 미약했지만, 한국 농기업들의 미래 역시 창대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이번 취재에 협조해주신 캄농회 김정인 회장님 이하, 임정우 총무국장님, 송종원 사무국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