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귤을 아시나요?

독자여러분께 퀴즈를 하나 내볼까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가운데유럽의지리인증품질마크(geographicalindication, 약칭 GI)를 획득한 농산물 3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그 유명한 깜폿산 후추고, 두 번째는 캄퐁스푸주(州)에서 생산되는 팜 슈가(Palm Sugar)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뭘까요?
정답은 끄라체주 꼬 트롱(Koh Trong)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멜로’라는 귤과 과일입니다.
캄보디아 오래 사신 우리 교민들 가운데서도 이 ‘포멜로’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도 더러 계실 겁니다. 그런데 과일노점상에서 파는 큰 자몽을 본 적이 있냐고 물으면, 그때서야 대부분 ‘아하’ 하고 무릎을 치십니다.
이 과일이 요즘 캄보디아에서 뜬다는 바로 그 과일입니다. 지난해 6월 캄보디아 농산물 중 3번째로 지리인증마크를 획득, 유럽 등 해외 수출길이 열려 화제가 되기도 했죠.
최근 갑작스런 인기에 수요가 크게 늘면서 요즘 포멜로 농사를 짓겠다는 농부들이 늘고 있다고 현지신문은 전하고 있습니다.
한 현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꼬 트롱지역 포멜로 생산자협회 찬 리나 회장은 “지리인증마크를 획득한 이래 늘어난 국내수요를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 아직 수출까지는 준비를 못한 상태”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포멜로 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약 35헥타르 땅에서 포멜로가 재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지역 포멜로 재배 농가수는 총 331가구이며, 모두 13,790그루의 나무를 기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인증획득의 필수 조건인 유기농 재배를 통해 지리인증마크를 획득한 농가수는 절반 정도인 155가구 뿐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었다고 모두 GI를 획득하는 건 아니니 이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꼬 트롱 포멜로 생산자협회에 가입된 농가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 생산된 포멜로는 일반 시중에서 파는 포멜로보다 맛이 훨씬 달고, 부드러워 식감도 좋아 이미 정평이 난 상태입니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포멜로의 한 개 가격이 1.5달러에서 3.5달러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참고로 일반 포멜로 가격은 개당 1~1.5달러 수준).
그런데도 요즘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포멜로의 평균 크기는 대략 축구공 크기에 가깝습니다. 무게는 0.5~2kg 정도입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큰 대형 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생김새와 맛이 자몽과 워낙 비슷해서 캄보디아 현지에서 오래사신 교민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 과일을 자몽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포멜로를 아시나요?
그래서 이 참에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이 과일에 대해 대략 정리해보겠습니다. 포멜로라는 과일의 원산지는 짐작하신대로 동남아지역입니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랍니다. 중국에서도 일부 남부지역에서 생산됩니다.
포멜로라는 과일은 자몽과는 매우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몽은 포멜로의 역교배종이죠. 동남아산 포멜로는 중국의 만다린, 우리가 흔히 아는 귤과 교잡을 통해 오렌지라는 과일이 탄생하게 됩니다. (오렌지의 출생비밀을 이제 아셨죠?(웃음)). 그리고 다시 포멜로와 오렌지를 ‘역교잡’해서 만든 게 바로 자몽이죠. 자몽은 요즘 그레이프프루트(GrapeFruit)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습니다만, 70년대 이전 태어나신 분들에게는 아마도 ‘자몽’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실 겁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자몽에 관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자몽은 탄생한 지 100여년 정도밖에 안된 신생 과일입니다. 1800년대 말 이 과일이 포르투갈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지면서 자몽이란 일본 외래어가 생겨났죠. 포르투갈에서 이 과일을 ‘잠보아’라고 불렀는데, 일본에서 ‘자봉’으로 불리다, 우리나라에 와서 자몽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치 타바코(Tabacco)가 ‘다바꼬’를 거쳐 담배가 된 것처럼 비슷한 어휘 변천과정을 겪은 셈이죠.
국어연구원에서는 자몽이란 단어가 일본에서 온 외래어이므로 영어식 ‘그레이트프루트’로 부르고 표기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지만, 이름이 길어 기성세대들은 기억하기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심지어 서양 사람들 눈에서도 이 두 과일이 좀 헛갈리나 봅니다. 영어와 스페인어에서는 포멜로를 그레이프프루트와 혼용하여 쓰는 경우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자몽이 국내에 본격 수출된 건 1980년대 후반부터로 기억합니다. 강남을 위주로 반짝 인기를 얻다가 농약잔류물 검사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정부 발표에 한 방에 ‘훅’ 가고 말았죠.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그레이프프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과일주스 형태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말을 하다 보니 자몽 얘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이쯤에서 자몽에 관한 이야기는 마무리짓고, 다시 포멜로 얘기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포멜로가 어떤 종류의 과일인지 궁금해 식물도감을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쌍떡잎식물 무환자 나무목 운향과에 속하는 과수와 그 열매로 학명은 시트러스 막시마(Citrus maxima)다. 포멜리(pomelie), 푸멜로(pummelo)라고도 하는데, 벵골 지방에서는 바타비(batabi), 잠부라 (jambura)라고도 한다.”
나무는 4.5~15m까지 자라며 큰 상록수 잎에 타원형이며 잎자루에 날개가 있고 1년에 4차례 자주색이나 흰색을 띠는 큰 꽃을 피우며 꽃의 향기가 진하다고 책에 나와 있습니다.
설익은 과일의 색은 녹색으로 익으면서 점차 노란색을 띠게 됩니다. 익을수록 씨가 작아지거나 아예 없어지죠. 껍질은 질감이 부드러워 벗기기 쉬우면서도 두터워 과육을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시켜 줍니다. 참고로, 껍질 벗기기는 경험이 없으면 코코넛만큼이나 쉽지 않습니다. 과육은 오렌지처럼 가운데를 중심으로 11~18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의 조각이 질긴 속껍질에 싸여 있어 섭취 시 이 얇은 껍질을 제거하고 먹습니다. 과육의 색은 흰색, 노란색, 분홍색, 붉은색으로 다양한 편입니다. 캄보디아에서는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 과육이 든 포멜로를 주로 먹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포멜로는 자몽과 맛과 향이 비슷하나, 감귤류와 같이 강한 신맛이 아닌 약한 신맛과 단맛을 갖고 있으며 과육의 조직이 연하여 입 안에 넣으면 쉽게 부서집니다. 1년간 나무 한 그루당 70~100개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확 시기는 8월부터 12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원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는 신맛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소금물을 뿌려 디저트로 먹거나 음료, 샐러드 등으로 활용하여 먹습니다. 중국에서는 잎과 과일 껍질을 삶아 유자나 레몬차처럼 마시기도 하고, 서양에서는 마멀레이드, 잼, 초콜릿, 고기요리의 조미료 등으로도 활용한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포멜로의 원산지는 동남아시아와 말레이시아 군도로 추정되며, 중국에서도 수천 년 동안 야생종으로 자라기도 했다고 전해집니다.
포멜로라는 과일이 북미 지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899년으로 미국의 식물학자이자 식물 탐험가인 데이비드 페어차일드 박사에 의해서 였다고 전해집니다. 20세기 초부터는 태국에서 수입이 시작,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1929년 포멜로와 오렌지를 교배해서 만든 그레이프프루트가 인기를 끌게 되죠.
오늘날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남부, 일본, 인도네시아, 타히티, 인도 남부, 이스라엘 등의 열대와 아열대의 해안지대에서 주로 재배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최대 주산지는 땅이 넓은 미국과 중국입니다.
포멜로에는 바이오 플라노이드 성분이 풍부해 비타민C의 체내흡수를 돕고, 술을 마신 사람에게 나는 입냄새 제거 효능은 물론, 칼륨 성분이 풍부해 혈압수치를 내려주는 등 고혈압환자에게 좋고, 임산부에게 필요한 엽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요즘 인기가 높아 국내 공급이 딸린 탓인지 아직까지 인근 백화점이나 과일가게에서 꼬 트롱산 포멜로를 본적이 없습니다만, 만약 시장에 출시되면 꼭 한번 맛을 보고나서 후기를 올려 볼까 합니다. 여러분들도 기회가 되시면 꼭 한번 맛 보시길 권합니다. [박정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