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역할, 이제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구 역할, 이제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October 2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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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나오는 대사 중 이런 말이 있어요.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것이다’. 김구라는 인물이 주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이제 내 차례고 내가 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주인공 김창수 역을 맡은 조진웅은 10일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국 수락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는 1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잘 알려지지 않은 김구 선생의 20대 청년 시절을 다룬다.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옥에 수감된 청년 김창수(김구의 본명)가 사형수의 신분으로 625일을 보내면서 깨달음을 얻고 독립운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을 연출한 이원태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진웅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지만, 제의를 받은 그는 처음에는 이 역할을 고사했다고 한다.

“처음엔 ‘김구’라는 말을 듣고 부담스러웠어요. 작품이 주는 무게감과 역사적인 위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죠. 제 능력에 대한 의문도 들었고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천하고 평범했던 청년 김창수가 위인 김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 있더라고요. 누구나 이런 영웅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이야기를 제가 배우로서 표현하면 관객들에게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는 “안하무인 같았던 김창수가 감옥 안 억울한 조선인 죄수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대장으로 거듭나게 된다”면서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삶이 없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 일부러 백범일지 읽지 않았다고 한다.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는 “감독님이 백범일지 보면 너무 젖어들고 작업에 흔들림이 있을 수 있다며 읽지 말라고 하셨다”며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백범일지를 읽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영화에서 우직하고 강하지만 섬세한 면모도 지닌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내면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삼키고 절제하는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사형 집행 장면에서 비통한 현실에 오열하다가 자신을 다잡는 눈빛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그때는 내가 그렇게 울고 있는 줄도 몰랐다”며 “무엇에 홀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그와 동갑내기인 송승헌이 감옥소장 강형식 역을 맡아 김창수를 짓누르고 괴롭히는 악역 연기를 펼친다.

송승헌에게 맞는 장면이 많았던 그는 “그동안 때리는 역할을 많이 했는데, 때리는 쪽보다는 맞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며 “송승헌이 마음이 많이 불편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오랜 단역과 조연 시절을 거쳐 주역으로 성장한 그는 다작 배우로도 꼽힌다.

올해 영화 ‘해빙’과 ‘공작’, ‘보안관’ 등 세 편을 이미 선보였고, 현재 이해영 감독의 신작 ‘독전’을 촬영 중이다.

영화 ‘해빙’을 위해 18㎏을 감량했던 그는 이후 평소 몸무게로 회복했다가 ‘독전’을 위해 체중 감량에 나서 다시 호리호리해진 상태다.

그는 “작품을 위해 최대 130㎏까지 찌워보기도 하고 78㎏까지 감량하기도 해봤다”며 “이제 살 빼는 데에는 도가 터서 다이어트 책을 내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