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20대1’ 한국학과 가보니

“한국학과는 매년 입학 경쟁률이 20대 1에 달합니다. 무엇보다 졸업생의 100%가 취업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인기의 비결이죠.”

30일(현지시간) 오전 방문한 호찌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학. 베트남에서 한국학과가 가장 먼저 개설된 대학이다.

이 대학 한국학과의 응위엔 티 히엔 대외협력부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지속되는 한류 붐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은 데다 한국 기업의 현지 진출이 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능통한 노동력 수요가 급증했다”며 “한국 기업에 취직하면 베트남 기업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호찌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는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다음 해인 1993년에 한국학과를 개설했다. 한국어문학, 한국문화사회학, 한국경제정치학으로 세부 전공이 개설돼 있으며 22명의 전임교수가 500여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서울대, 한국외대, 대구대 등 한국의 60개 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교환학생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도서관에는 6천400권의 한국학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 외에도 서예반과 한국 춤을 배우는 K-ARTS, 자원봉사반, 학술반, 독서반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한다.

서예 동아리 방에 가보니 학생들이 책상에 한지를 펼쳐놓고 붓으로 ‘우리’, ‘나라사랑’ 등의 한글을 써내러 가고 있었다. 호찌민 거주 서예가로 8년째 학생들에게 서예를 지도하는 홍성란 씨는 “매년 한글의 날 행사에서 학생들이 붓글씨 퍼포먼스를 펼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귀띔했다.

응후엔 드럼 반퐁 학생은 “제일 즐겨 쓰는 말이 ‘나라사랑’”이라며 “한국은 K팝 등 화려하고 동적인 문화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서예를 알고부터는 한국의 정적인 문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즐거워했다.

학교 뒤뜰 마당에서는 K-ARTS 회원들이 K팝 커버댄스 연습에 한창이었다. 한 학생은 기자에게 “탈춤·부채춤·사물놀이 등 한국 전통예술뿐만 아니라 K팝 커버댄스도 익히고 있어서 각종 교내 행사에 단골로 출연한다”고 으스대기도 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으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김민주 강사는 “학생들이 최신 유행가를 꿰뚫고 있을 정도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대부분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취업을 목표로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 유학을 꿈꾸는 학생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부설인 한국학센터의 부이 하이 랑 소장은 “9명의 교수와 10여 명의 강사가 한국어학당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역학으로의 한국학 연구를 넓힐 계획”이라며 “최근의 남북화해 분위기 등 한국의 급변하는 정치사회 상황에 대한 연구를 외국의 한국연구 기관과 공동 진행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찾아간 호찌민기술대는 재학생 3만 명으로 베트남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사립대다. 2015년에 개설된 한국학과에는 35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부이 쑤언 럼 부총장은 “내년에는 한국어학과를 추가해 한국학뿐만 아니라 한국어 연구에도 역량을 쏟을 계획”이라며 “한국의 40개 대학과 협정을 맺어 매년 100여 명이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체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학과 3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예절 강좌에서 팜 티 투이 린마 주임교수는 “베트남은 고개를 끄덕이는 목례가 인사지만 한국에서는 허리까지 숙이는 게 기본”이라며 “특히 연장자에게는 최대한 정중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한국식 인사법을 가르쳤다.

교사로 정년을 마친 뒤 KOICA 파견 강사로 부임한 김현종 씨가 “베트남 속담에 ‘공부보다 예절’이란 말이 있듯이 한국은 상대를 존중하는 첫 번째 표현이 인사”라며 직접 인사법을 시연하자 학생들은 그대로 따라 했다.

부이 판 안트 교수(대외협력)는 “한국 기업에 취직해 잘 적응하기 위해 예절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매 학기 예절, 한식, 한복 등 다양한 한국문화 수업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마침 이날 강당에서는 학과생 전체가 참가하는 ‘한국어 도전 골든벨’ 행사도 열렸다. ‘한류’를 주제로 열린 이 대회에는 10개 팀이 참여해 갈고 닦은 한국어 솜씨를 뽐냈다.

사회자는 단군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이 인간이 되기 위해 먹은 음식,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술, 한국의 독립기념일,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 한국에서 세번째 큰 도시명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여기저기서 정답과 오답이 쏟아졌다.

우승팀에게는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우승팀을 이끈 응웬 황 꾸언 학생은 “한국에 대한 다양한 상식을 익히려고 평소에도 학우들과 퀴즈 맞히기를 즐긴다”며 “한국어를 능숙하게 익혀서 전문 통역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밝혔다.

부이 판 안트 교수는 “양국은 가족을 중시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유교 사상이 널리 퍼져있는 등 문화적 공통점이 많아 학생들이 빨리 지식을 습득한다”며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친밀감을 가진 나라가 한국”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강성철 기자]